태풍은 과일밭을 휩쓸다
호 당 2014.8.27
오늘 낮이면 제주도에 상륙한다
태풍은 멀리서부터 으름장을 놓는다
허리끈을 단단히 동여매라는 당부
벌써 해는 피했고 구름에 바람에 비에
뒤범벅이 되어 꼬리 치는 통에 비린 냄새가
닥쳐 우산을 뒤집는데 제발 혓바닥은
곱게 놓아주오
불한당 앞에는 법은 없다
닥치는 대로 밀치고 덮치고 쓰러뜨리고
무너뜨리고 누가 막겠나
예보만 듣고 벌벌 떠는 과일나무들
겁먹고 떨어져서는 안 되지
힘 다해 매달려 어머니의 젖꼭지를
꼭 물고 있어야지
보조를 받아서라도
한쪽으로 밀치고 나면 그래도 약과
팽이 돌리듯 하면 정신 잃고 놓친다
단물의 단절은 절망
이곳저곳 아우성이 울리고
멍들어 뒹굴고 한숨 소리 땅바닥에 널려있다
한 차례 휘젓고 가버린 뒤끝은 폐허에
너절한 잔해들
인해전술에 휘말려진 듯하다
질퍽하게 쓰러지면 이미 낙과는 F 학점에
멍만 짊어지고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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