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당신에게

인보 2014. 8. 31. 03:13


당신에게
호 당    2014.8.29
철모를 연약한 이파리가 
고리로 얽혀
그윽한 향기에 취했다
이것만 있는 줄 알았다
산과 파도가 태풍과 폭우가 
있음을 미처 몰랐었다
짙은 향기를 휘젓고 내다보면 
당신은 무거운 열매에 짓눌려 
부력을 잃어 허덕였지
점차 깊은 개울물로 옮기는 사이 
부력을 조금씩 불어나고 열매는 
민들레 홀씨처럼 날려 보냈지
무릎 아래는 민숭민숭해도 
당신과 나는 골판지 위를 걸어도
붉은 열매 같이 끌어안고 
오늘을 붉게 익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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