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5

어미 집게의 마음

인보 2015. 2. 3. 17:17

 

          어미 집게의 마음 호 당 2015.2.3 시집간 새끼 집게는 소라껍데기에 세 들어 좁은 공간을 비비며 살아가는 것을 보고 어미의 마음은 뭍으로 올라 사시나무에서 떨고 있다 그 사이 새끼를 낳아 해가 쌓일수록 몸집을 불리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있으니 더 쪼그려야 버틸 수 있는 소라껍데기 집이 됐다 사시나무 이파리는 잠잘 날 없다 수만 개 알을 쏟아낸 바닷고기 치어는 제가 알아서 커가는데 집게 마음은 잔잔한 바다 못 된다 뿔고둥이라도 하나 장만 못 하고 전전하니 음산한 날씨에 궂은비 내려 가슴 적신다 기한이 다가오면 황금 이빨을 더 크게 벌려 더 채워 달라 채근한다 그간 채울 먹잇감을 얼마나 모았느냐 텔레파시는 너무 잔인했다, 어미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새 출발 시 뿔고둥을 움켜잡으려는 초심을 굳히지 못했었어 그간 십여 년의 세월 흘러 소라껍데기는 고공행진하고 있잖아 손자들 몸집 키워 늘어나는데 아가리 더 많이 채워 주어야 할 텐데 어미 주먹이 너무나 왜소해서 가슴만 치고 있을 뿐 빡빡한 살림 꾸리기 몸부림이 태풍 전야처럼 마음 졸인다 어미 집게 가슴에 멍하나 삭일 수 없어 무작정 배회한들 해결할 구멍 찾지 못해 오뉴월에 서리 내려 이파리 폭삭 삶았다 어미 집게 좁은 치마폭이 헤어지다 못해 부서질 것 같다 가진 자의 ‘갑’질이라 하지 말라 은행의 문턱을 바닥까지 낮추었는데 소라껍데기의 문턱 높여 놓으려는 마음은 지구 자전과 공전의 방식이지 눈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잠조차 설쳐 부레는 먹물만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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