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집게의 마음
호 당 2015.2.3
시집간 새끼 집게는 소라껍데기에 세 들어
좁은 공간을 비비며 살아가는 것을 보고
어미의 마음은 뭍으로 올라 사시나무에서 떨고 있다
그 사이 새끼를 낳아 해가 쌓일수록 몸집을 불리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있으니 더 쪼그려야 버틸 수 있는
소라껍데기 집이 됐다
사시나무 이파리는 잠잘 날 없다
수만 개 알을 쏟아낸 바닷고기 치어는 제가 알아서 커가는데
집게 마음은 잔잔한 바다 못 된다
뿔고둥이라도 하나 장만 못 하고 전전하니
음산한 날씨에 궂은비 내려 가슴 적신다
기한이 다가오면 황금 이빨을 더 크게 벌려
더 채워 달라 채근한다
그간 채울 먹잇감을 얼마나 모았느냐
텔레파시는 너무 잔인했다, 어미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새 출발 시 뿔고둥을 움켜잡으려는 초심을 굳히지 못했었어
그간 십여 년의 세월 흘러 소라껍데기는 고공행진하고 있잖아
손자들 몸집 키워 늘어나는데 아가리
더 많이 채워 주어야 할 텐데
어미 주먹이 너무나 왜소해서 가슴만 치고 있을 뿐
빡빡한 살림 꾸리기 몸부림이 태풍 전야처럼 마음 졸인다
어미 집게 가슴에 멍하나 삭일 수 없어 무작정 배회한들
해결할 구멍 찾지 못해 오뉴월에
서리 내려 이파리 폭삭 삶았다
어미 집게 좁은 치마폭이 헤어지다 못해 부서질 것 같다
가진 자의 ‘갑’질이라 하지 말라
은행의 문턱을 바닥까지 낮추었는데
소라껍데기의 문턱 높여 놓으려는 마음은
지구 자전과 공전의 방식이지
눈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잠조차 설쳐
부레는 먹물만 가득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