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더미. 호당 2020.1.27
영암선 철길 놓일 때 침목에 깔 자갈을
고사리손으로 종일 두 박스 깨뜨렸다
망치로 깨뜨린 돌자갈이 거름 더미 되어
거기 장미꽃이 피게 될 줄 알았겠냐
잘살아 보자, 하면 된다
철없는 주먹도 거들었다
망치 자갈이 주고받는 옛말에
묻은 땀방울
버튼만 누르면 자갈이 쏟아지는 세상
기계 돌리든 놀리든 봉투만 두둑이
나는 바보냐
내 손목을 거친 것들을
금 쟁반에 받쳐 주었다
새파란 꽃대 내밀었으니
무상 풍선 더 올려 더
꽃 피우지 못할 빈 꽃대만 늘어나는 군
찬 바람 불어 손 시려 발 시려
손에 닿는 대로 끌어내어
불 지펴 따뜻하면 되지
결혼하든 표밭 갈든
빛내어 잔치하면 되거든
사람 나고 돈 났지
푸짐하게 후하게 대접하라
나는 사다리 올라 멀리 바라본다
바다에 있을 고기 육지에서 아가미 벌렁벌렁
거름더미만 쌓이고
그 속에서 썩는 냄새 김이 무럭무럭
썩든 말든 거름이 되든 말든
신나게 내리막길 달리면 되거든
어느 방향으로 달릴지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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