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무좀/호당. 2020.8.4
부모로부터 움을 틔울 때 가장 사랑의 단비 듬뿍 받던 것이
성년이 되고 나름대로 독립활동은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았다가 무좀의 늪에서 그만 붙들렸다
어머니는 내 손이 약손이라 말씀하시며 깎아 준 발톱은
이내 자라 푸석돌처럼 하얀 먼지를
아마 버섯 포자 같은 것 날렸을 것이다
엄지발가락에서 가운뎃발가락으로 옮기는 걸 보면
이놈들 기를 확장하고 있었다
잘라낸들 다시 솟고 소염은 끊임없어 밤잠을 설치게 했다
살충제보다 더 강력한 투약으로 항복을 받아냈다
잠잠한 줄 알았지 그간 깊숙이 내려앉아 망을 본 것이다
제방이 무너지면 금방 복구하듯
도마뱀 꼬리 잘려도 금방 재생하듯 고개 쳐들지 않나
세상에 이런 끈질긴 성질이면 이루지 못하는 것 있겠나
무좀은 없애야 하고 끈질긴 성질만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