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발톱 무좀

인보 2020. 8. 4. 12:32

발톱 무좀/호당. 2020.8.4 부모로부터 움을 틔울 때 가장 사랑의 단비 듬뿍 받던 것이 성년이 되고 나름대로 독립활동은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았다가 무좀의 늪에서 그만 붙들렸다 어머니는 내 손이 약손이라 말씀하시며 깎아 준 발톱은 이내 자라 푸석돌처럼 하얀 먼지를 아마 버섯 포자 같은 것 날렸을 것이다 엄지발가락에서 가운뎃발가락으로 옮기는 걸 보면 이놈들 기를 확장하고 있었다 잘라낸들 다시 솟고 소염은 끊임없어 밤잠을 설치게 했다 살충제보다 더 강력한 투약으로 항복을 받아냈다 잠잠한 줄 알았지 그간 깊숙이 내려앉아 망을 본 것이다 제방이 무너지면 금방 복구하듯 도마뱀 꼬리 잘려도 금방 재생하듯 고개 쳐들지 않나 세상에 이런 끈질긴 성질이면 이루지 못하는 것 있겠나 무좀은 없애야 하고 끈질긴 성질만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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