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지워진 지문

인보 2020. 12. 2. 12:31


지워진 지문/호당.  2020.12.2
평생토록 바르게 살려 
닦고 애쓰고 내 힘으로 
발버둥 쳤다
경쟁 사회에서 뒷짐 지는 이는
낙오된다는 것쯤은 안다
세월의 이끼는 내 주민등록증을 
갉아 내린 것이 아닌가
흐릿흐릿한 낯빛으로 
내 지문마저 흐릿해져 갔다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을 제출받을 때마다 
실물이 버젓이 있는데
보증 표가 흐리멍덩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때 묻은 옷은 세탁하면 되고 
죄지은 이는 감옥에서 갱생하고 
마음에 때 끼면 부처님 앞에 
108배 올리거나 탑돌이 해서 
회개하는데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까
하나밖에 없는 지문이 어리바리하니
다시 지문을 떠야겠다
갱신 갱생 이건 새로운 기분이다

'자작글-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미-1  (0) 2020.12.03
아프지 않았다  (0) 2020.12.03
리모컨  (0) 2020.12.02
12월에  (0) 2020.11.30
중고서점(헌책방)  (0)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