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지문/호당. 2020.12.2
평생토록 바르게 살려
닦고 애쓰고 내 힘으로
발버둥 쳤다
경쟁 사회에서 뒷짐 지는 이는
낙오된다는 것쯤은 안다
세월의 이끼는 내 주민등록증을
갉아 내린 것이 아닌가
흐릿흐릿한 낯빛으로
내 지문마저 흐릿해져 갔다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을 제출받을 때마다
실물이 버젓이 있는데
보증 표가 흐리멍덩하다고
고개를 젓는다
때 묻은 옷은 세탁하면 되고
죄지은 이는 감옥에서 갱생하고
마음에 때 끼면 부처님 앞에
108배 올리거나 탑돌이 해서
회개하는데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까
하나밖에 없는 지문이 어리바리하니
다시 지문을 떠야겠다
갱신 갱생 이건 새로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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