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호당 2021.7.16 초반에는 떫고 가당찮음을 안다 그래서 한참 아래 계단에서 꾸물거림에 연민의 정을 보낸 것도 안다 나와 당신의 거리는 멀다 따라가다 가시밭길 만나 찔려 피 흘릴지라도 더 모진 마음 다짐으로 경전을 뒤지는 것이다 대나무가 한겨울 추위에 변질하더냐 뼈를 깎는 심정으로 시의 속을 천착하는 거다 그럴수록 내 핏속에서 푸른 힘이 치솟는다 앞서간 자의 발자취를 밟아 내 보폭을 넓히겠다 그들과 바싹 붙어 시맥을 받아 들면 한발 앞선 시심으로 익혀 큰 강물로 흘려보내리라 겨울 얼음장을 깨뜨려 물속에 잠기는 심정으로 내 안의 시혼을 끌어내어 창창하고 푸른 세한도 정신을 그려낼 수 있는 일만 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