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세한도

인보 2021. 7. 16. 12:25

 
세한도/호당  2021.7.16
초반에는 떫고 가당찮음을 안다
그래서
한참 아래 계단에서
꾸물거림에 연민의 정을 
보낸 것도 안다
나와 당신의 거리는 멀다
따라가다 가시밭길 만나 
찔려 피 흘릴지라도
더 모진 마음 다짐으로
경전을 뒤지는 것이다
대나무가 한겨울 추위에 
변질하더냐
뼈를 깎는 심정으로 
시의 속을 천착하는 거다
그럴수록 
내 핏속에서 푸른 힘이 치솟는다
앞서간 자의 발자취를 밟아
내 보폭을 넓히겠다
그들과 바싹 붙어 
시맥을 받아 들면
한발 앞선 시심으로 익혀
큰 강물로 흘려보내리라
겨울 얼음장을 깨뜨려 
물속에 잠기는 심정으로 
내 안의 시혼을 끌어내어 
창창하고 푸른 세한도 정신을
그려낼 수 있는 일만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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