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가 우는 소리/호당/ 2021.8.5 한때 그 산 중턱엔 갈대밭이 있었다 연인끼리 부둥켜안거나 마음도 뒹굴고 양주잔도 뒹굴고 갈대는 깔깔거리며 우리를 응원했다 노을 짙은 언덕에 갈대는 고개 숙이고 하얀 머리카락 입에서 한숨만 들린다 즐겁던 자리는 양주잔도 채취도 사라지고 서걱거리는 갈대의 울음만 있다 세월은 자꾸 떠나고 해맑은 달밤에 전깃줄만 윙윙 울어 댄다 내가 그리는 그대 목소리를 찾아 헤맨다 행여나 그의 채취가 묻은 스카프가 날려 와 전깃줄에 걸려 울고 있지 않을까 그 산 중턱은 갈대도 뒹굴던 자취도 깔깔거리던 괴성 갈대 우는 소리도 메말라 죽은 갈대만 고꾸라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