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날 저녁 식사/호당/ 2021.8.17
내 나이 달걀 한 *꾸리어 쯤
한여름 밭매고 밭둑 깎고 물길 내고
땅거미 기어갈 때쯤이라야
쓰던 **연장 주섬주섬 챙겨
지게에 올리면 하루 일이 끝난다
달은 밝고 멍석 끝 모깃불 연기
하늘 퍼지고
대가족이 멍석 빙 둘러앉는다
국시 한 ***버지기를
한 그릇씩 담아내면
밑바닥 조금 깔릴까 말까
말없이 후룩후룩 거머들이는 젓가락질
된장 풋고추 꾹 찍어 우적우적
오그라드는 내 혓바닥 호호
찬물 그릇에 달이 출렁거리며
내 그럴 줄 알았다 카이
나는 잽싸게 빈 그릇 딸딸 긁다가
버지기 보면서 껄떡껄떡
밑바닥 짤그락 훑어 주면
게 눈 감추듯 하고
좁은 ****툇마루에 벌렁 누워
고된 하루 일은 스르르 가라앉고
하늘별을 헤아린다
한창 먹어 치울 나이
저녁 국시 맛은 어머니 맛이었다
* 달걀 10개 짚에 싸서 놓은 것 (단위)
** 어떤 일을 할 때 쓰이는 기구
***凹器(경상도 방언)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 방 앞에 깐 좁은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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