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지에서 보낸 마음 한 토막/호당/ 2021.9.2
지금 운암지는 가을이 찾아와서
단풍 들고 있어요
붉어가는 처녀 가슴에 노을이
어루만져도 태연한 듯 버티다
그만 홍조를 띱니다
운암지에 내린 영롱한 순정들
유독 총각 가슴에 불 질러
이글거려도 와락 안기려 하지 않아
더욱 애달은 파랑
운암지를 에워싼
스크렁 구절초 분홍바늘꽃이
가을 타는 여인처럼 마음 스산합니다
술 취한 아버지가 함지산 정상에서
고래고래 야단칩니다
장가 시집 못 보내 애간장 타는 듯
하산하면서 ‘그만 골라라’
울긋불긋하면 됐지
더 바라느냐
그만 분에 겨워 운암지에
거꾸로 서서 마음 추스릅니다
노을에 젖은 운암지가
단풍을 흔들어 댑니다
파랑 타는 잉어 떼도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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