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국수 먹고 싶었다/호당/ 2021.11.28
겨울 목욕탕은
포근한 어머님의 품 안 같다
젖은 물기 닦고 주섬주섬
옷 입을 때
흘깃 프런트 쪽으로 눈길 돌렸다
종업원 두 사람이
가락국수를 먹고 있었다
길게 늘어뜨린 국숫발에서 풍긴
반들반들한 광채가
내 목구멍을 그대로 두질 않았다
야들야들한 새싹처럼
미끈한 처녀의 향기 풍기는
하얀 종아리 같다
내 눈을 휘어잡아 구미를 끈다
유독 국수를 좋아하는 성정
이건
아버지로부터 받은 연이다
잡식성인 나 뭐든지 뚝딱
가늘고 매끄러운 국숫발을
후루룩 빨아 당기고
벌컥벌컥 시원한 국물 마시며
그 행복을 지금
내 입속에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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