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한 김치/호당/ 2022.3.10
잘 익은 김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 돈다
가느다란 세파는
대파가 되어 파 뿌리처럼
늙어버렸다
셋방 한 간
소꿉놀이 같은 살림살이에
없는 것이 더 많아 추웠지
월급이라는 것
장마 때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둘
세월이 쌓이면
물 한 방울도 불어나지
내 가슴에 봉지 씌워
풋복숭아는 백도처럼 단물로 차고
풋김치는 홍시처럼 익어갔지
욕심부리지 않으면
부족한 게 없어지고
넉넉한 반찬 밥 한 그릇 뚝딱
숙성한 김치 맛과 향기로
고명 얹은 사랑으로
파 뿌리는 김치 향에 잠겨
톡 쏘는 매운맛이 단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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