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호당/ 2022,4,24
내 뒤로 쌓은 추억에 새긴
책장을 넘기면 생채기 난다
그것이 있었기에 내 삶의
주춧돌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
주춧돌 위는 밤송이 깔린 길이
놓여 하나씩 걷어내다 찔려
피탈 한두 번 아니었다
민속박물관을 들면 흔히들
호미 낫 괭이 지게 발 소쿠리들
내 몸 스치다 흠 하나
남기지 않는 것이 없지
애착도 미련도 없어
그만 슬쩍 하고 만다
옛날 철도 침목에 놓일 자갈은
큰 돌을 망치로 깨트려 깔았다
그때 내 생채기만 생겨도 좋을 걸
내가 내 손가락 내리친 핏방울에
내 삶의 좌우명을 흘린 것이다
나 어려서 알지 못했지만
생채기 핏방울 농기구들이
내 앞길의 주춧돌이다
그 위를 이만큼 멀리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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