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음/인보/2022.11.11 무계획 날이 새면 밥 먹고 공원 돌고 자판기 두드리고 TV 보고 화분 들여다보고 거실 빙빙 돌고 무위 고를 삭이느라 하루가 허무하게 느낀다 여기 공짜 구경 있다 우르르 저기 무료 급식 있다 와르르 감나무 밑에 감 떨어지도록 입만 벌려 기다리는 꼴 이게 고통이다 버럭버럭 아프지 않으니 그 무리 세월의 독침에 버틸 수 없어 먼저 떠났다 남은 자리가 공허하게 느낀다 꽃은 피고 지는 것 세월은 오고 가는 것 기다리는 자엔 오고 버리는 자엔 가는 것 직전의 일이 신변을 위하는 일이라면 직후의 일은 신이 앞에서 이끌지 몰라 아무도 예상 못 할 일 닥치지 말고 할 일 없는 손에 볼펜이 안기면 낙서라도 실컷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