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까만 밤

인보 2022. 11. 26. 17:42

까만 밤 /인보/ 2022.11.26

밤 11시  
마지막 알약을 털어 넣으면
오늘의 분량은 끝난다
밤을 잊을 시간이다
‘잘자’내일은 수요일
아무도 문밖까지 와서
호명하거나 찾아갈 곳 없어

그 뒤 또 한쪽 방에는 
적막한 밤은 
사유하나 끌어내기
좋을 시간을
책을 뒤적거리거나 
경전을 읊거나 하지
메모지는 재촉한다
배 채워달라고

밤을 까맣게 잊는 것이 좋아
때로 오전 10시
해님이 철썩 따귀 한 대에 
깜짝 놀란 적 한두 번 아니다

몰래 살짝 아내의 침실 
아직 TV는 혼자 떠들고 
밤을 잠재워 까맣게 물들인다
어렴풋이 비치는 아내의 얼굴이
천사가 잠든 듯 안녕을 가슴에
찰싹 붙이고 문 닫는다

까만 밤으로 삭이는 동안 
통증도 함께 삭인다
길조가 대문 앞까지 와서 
재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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