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인보/ 2023.1.23
두서없이 막 갈기듯 날리듯 빙글빙글 돌 듯
그 궤적은 흰 뱀 지나간 ㄱ,ㄴ,ㄷ이 흰 책상에
앉는다
선생이란 자가 흰옷에 흰 모자 쓰고 가,가,가
입을 벌릴 때 흰 가루가 갸,갸,갸 소리 질러
떨어지거나 빙글빙글 춤춥니다
웬걸 바람이 훈수를 놓습니다
백지에 ㄱ,ㄴ,ㄷ을 써보라 백발 머리를
흔들어 줍니다
조금씩 자음 모음 쌓여 뭉치면 거뜬히 눈사람
묶어내겠네
백수의 머리 흔들어 댈 때마다 자음 모음이
흰 가루에 쌓여 흩날립니다
아직 문장 한 줄 꾸미자면 턱없이 부족한
흰 가루입니다
쓸고 모으고 뭉치고 간신히 가슴에 안고
그제야 번쩍 깬 백수
‘눈이 내린다’이 한 구절 얻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