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인보/ 2023.1.28
내자가 외출한 날 메뉴는
라면이다
워낙 면 종류를 좋아하는
면도 있지만
다른 메뉴는 할 줄 모른다
수프를 넣고
라면 뚝 반 잘라
팔팔 끓는 물에 넣으면
세상사 아무리 딱딱해도
흐물흐물 녹아 항복한다
억세다고 딱딱거려도
끓는 물엔 어쩔 도리 없어
허물어진다
고개 바싹 쳐들고 손톱 하나
들어갈 빈틈없이
빳빳하지 말라
부드럽게 대하면 서로
마음 녹일 수 있단다
후수로
다진 마늘 쪼금 하면
소주잔 부딪혀 캭 하는
그 맛에 비교하랴
내자의 빈자리는
라면 향으로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