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을 지나며/인보/ 2023.3.5
변하지 않은 자연은 없다
단 하늘만 청청 옛날과 같다
대현을 떠난 지 30여 년
닷 새마다 여는 촌 파장 같다
봉화에서 대현행 버스
늦재를 넘자면 진흙탕을 빠져
밀고 당기는 곤욕을
지금 맑끔히 포장되었다
아연 광산 경기 불 활활 할 때
12학급 700명 아이 요람
거기 날개 하나 달고 비상했지
폐광의 잔해는 유령 같다
많던 기숙사들 허물어지고
창틀은 뻐끔뻐끔 입 벌린 사이로
칡덩굴이 들어가고 풀숲에 쌓여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다
불야성 같은 광산촌
하룻밤 풋사랑 떼거리도
노랫소리 삼겹살 굽는 냄새 대신
맑고 신선한 공기에 두메 산중이
옥수수가 활개 친다
불 꺼진 폐광엔 반딧불 깜박깜박
산천은 푸르러 옛날을 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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