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탄생/호당/ 2023.11.24
잠자리에 누우면 습관적으로
생각나는 시의 몸통
무엇이라도 태어나야 하는
강박관념이 앞선다
폐경기는 나에겐 없다
늦둥이 하나 얻으려
잠자는 아내 연필로 쿡쿡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귀찮은 듯 긴 하품
시의 날개 펴지지 않고
마음만 앞서 날개 접은 자세로
하얀 종이를 바라본다
누가 청탁하거나 재촉받은 것도 없다
꼭 이 밤을 통해 시의 밀알을
밭에 뿌려놓고야 잠들 것 같다
밭은 물기 없어 푸석푸석한 상태
골을 억지로 내고는 펼치지 않은
날개 그대로 몸이지만 밭고랑을 탄다
이런 상태로 이어지면 시동은 점화돼
날개 펼쳐 주고받는 영감의 잔을
부딪혀 희열을 토한다
시의 탄생은 동녘 서광을 맞아
쌍떡잎식물처럼 땅을 뚫고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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