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세계 /호당/ 2024.1.6
누구든 앞에 서면 당당하고 우쭐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격투면 격투
내 모습은 거만이란 깃발이 펄럭거려
만발한 숫기는 하늘 찌른다
애인은 물론 처녀들
나를 보면 가까이하고 싶어
애달아 불나방이 된다
향기 찾아 모여드는 벌 나비 같다
하필이면 그날
그들 앞에서 악당 패거리를 만나
시비를 걸어온다
좋다
이 기회 용맹을 보여 줄 호기로 생각한다
비호처럼 펄쩍 날아 앞발 차기 한방
일당 한 놈 한 수 더 떠서
삼단 옆차기로 그만 고꾸라졌다
이를 지켜본 앳된 눈동자들
애게게 어찌나
코피는 줄줄 흘리고 악당은 한 방 더 날렸다
애인은 코피를 닦는다
이 치욕을 보이다니 내 코는 납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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