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자존심- /호당/ 2024.1.4
병을 위로해 주고 싶어
의사 앞에 앉는다
직업정신에 벤 의사는
포근한 봄날처럼 진료한다
간호조무사인지 돌팔인지
억센 남자의 말 억센 손에
도살장에 들어간 소가 되어
인격도 자존심도 사라졌다
늙어 병은 하나씩 덧붙이거나
덜어내거나 친구처럼 같이
살다 끝장낸다
더 살고자 욕심 하나 부리다
처음 겪는 이 자존심 하나
도살장에 끌려갔다 나온 병
살다 살다 개똥 밟아 미끄러진 듯
튀튀하고 씻어버리고 치욕을 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