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멍하니

인보 2024. 11. 14. 09:51

멍하니/호당/   2024.11.13

매번 내 말을 툭 끊고 
자기 말로 잇는 자에 대해
나는 피해망상 환자가 된 듯
늙은 이파리 하나 축 처진다

오늘 가기로 한 동남회식당이
나와 연관을 알리는 중
그는 끝까지 듣지 않고 
일행을 끌고 간다
멍하니 바라보는 
내 몰골 뒤통수가 부끄럽다

식당까지 앞장서서 이끌고부터
내가 간여하지 않겠다고
멍하니 앉아 그들 꼴을 보고 있다

자랑 1막은 그러려니
다음은 세종대왕을 어떻게 분배하고
2막엔 성경 3번 필사본을 
제본한 책을 자랑한다
두 분은 쓰다 달다 말 없다
나는 토씨가 잘못됨을 저적했다

내가 베푼 점잖은 대접이다
수도 없이 듣던 필사본 자랑을
그냥 멍하니 보고 돌려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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