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호당/ 2025.4.18
등단 축하 몫인가
비문을 청탁한다
우스개로
가볍게 넘길 일이면
나는 고통스러웠을 것을
그가 난감하게 느끼는 몸짓이
내 속 타는 감정을 즐기는 건가
여기저기 뒤적이다 탁본한다
그는 글 한 줄 읽지도
쓰지도 않고
여럿을 주력으로
지력으로 금력으로
잘 다스려 추앙받고
높은 벼슬 꿰차고
음! 너였어라
산불 나도 끄떡없고
산사태 난들 미끄러져
강둑에 걸터앉아
나 여기 있거든
미끈한 비문에 묘비를 보고
나 혼자 초라하고
유족은 웃음 지울 것인지
청탁의 고통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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