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05.10.6
호 당
체육시설을 갖춘
녹음이 짙은 숲 속에
땅거미는
코앞까지 밀려왔다.
그래도
훌라후프는 신나게 돌아가고
허리 굽히고 펴고
하늘 쳐다보고
아령(啞鈴)을 들었다 놓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펼쳐진 하루다.
바위 돌 울퉁불퉁 개울가 언덕을
헛디딘 발로 꼬꾸라지고
첨벙 냇물 속 웅덩이에 빠져버렸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허위적 거리며
대기(大忌) 운수 없는 날이다!
하늘의 별들 총총 쏟아 부으면서
아주 운수 좋은 날이구먼!
훌라후프는 여전히 돌아가고
박새 멧새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한마디씩 던진다.
“팔다리 불어졌으면 어떻겠나?
상처하나 없으니”
“그만하기 다행이다.”
“조상이 도왔다.”
“액땜했구나.”
“아주 운수 좋은 날이다.” 註; 대기‘몹시 꺼리거나 싫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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