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에서
호 당 2008.7.28
어둠이 깔리면
여기 갖가지 세상사가
흘러나와 와글거린다
내가 포장마차에 들렀을 때
아직 귀때기 새파란 남녀가
소주잔을 두고
산 낙지를 쿡쿡 찔러대며
세파란 말은 몰라도
철딱서니 없는 말이 사랑인 줄
함부로 내뱉고 있었다
중년층은 끼리끼리 모여
말간 소주잔에
울분을 싣고 단칸방을 싣고
자식 놈 학비를 싣고
온갖 세상사를 실어 마신다
안주로 갖다 놓은 산 낙지는
꼬부랑꼬부랑
생명을 지키려 몸부림쳤다
그렇지!
내 몸에 울분만 찾지
누구의 포로가 되지 않는 한
산 낙지처럼 몸부림쳐 봤던가?
법구경 한 구절 안고
포장마차를 나서니
가로등이 환히 비추며
격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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