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고랑이
호 당 2008.8.22
갈고랑이가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세월을 흘렸는데
지금은
추억마저 사라진 물건
쇠죽물이 펄펄 끓을 때
여물을 뒤집는
소 갈고랑이의
나뭇결을 따라가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결이 흐르고
닳고 닳아 반들거림이
세월을 짐작한다
처음
네가 태어났을 때는
거칠고 덜 여문 것이
펄펄 끓는 물속을
수없이 당금 질 하는 동안
반들거리게 되었을 것이다
온돌방이 식을 무렵
아버지는 이 갈고랑이로
쇠죽을 뒤집어
골고루 익혀 놓은 후
천자문 동몽선습으로
나를 익혀 놓았던 것이다
이른 새벽
쇠죽을 끓이시던
아버지의 지문이
나뭇결에 박혀
지금은 잠들고 있다.
주; 갈고랑이; 꼬부라진 나무로 만들어
쇠죽을 끓일 때 물건을 끌어당길 때 쓰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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