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8

연약한 새움이 자랄 때

인보 2008. 11. 9. 11:07
        연약한 새움이 자랄 때 호 당 2008.11.9 개구쟁이 소꿉놀이 시절 즐겁게 노는 것만이 내일일 때 곤하디 곤한 몸 밀려오는 어둠 장막 뒤쪽을 숨기만 하면 꿈의 나라에서 헤엄쳤다 밀물이 밀려오고 달이 웃자라 망월일수록 화려했었다 이웃집 순이와의 소꿉놀이에 깨가 쏟아질수록 탱탱 부어오른 고무풍선으로 되었을 때 화장실을 들락거리지만 조이기만 계속되었다 이윽고 수문이 탁 터지자 냇물은 힘차게 흐르고 둥근 달이 환하게 비춰 이보다 더 시원하고 기분 좋으랴 달이 떨어지자 밀물이 확 빠지면서 떠내려가다 암초에서 밝은 햇살을 봤다 마른 논바닥인 것이 흥건히 젖은 것을 알아차리고 마음이 편치 않았고 낯바닥이 화끈거렸다 가는 나뭇가지가 후려칠 것 같은 두려움에 우뢰가 칠 것 같았으나 환한 햇볕이 쬐면서 소금 꿔 와야 하겠다는 아빠의 말씀에 조금은 마음 놓았다 키를 덮어쓰고 바가지를 들고 소금 꾸려 왔다고 했을 때는 백지였는데 간밤에 오줌 쌌구나! 하고 키를 두드릴 때는 붉은 조명이 켜저 울어버렸다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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