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8

쓰러진 나무-1

인보 2008. 12. 6. 18:07

    쓰러진 나무-1 호 당 2008.12.6 태풍이 핥고 간 뒤 키 큰 아카시아 나무가 쓰러진 것을 보았다 팔이 부러져 허연 살갗 들어낸 나무가 고통을 참아가며 잔가지까지 실개천을 내어 힘을 실어 보내는 것을 보았는가 발목에 깁스(Gips)하고 그만 주저앉는 나약한 이 봐라 한 손 잃고 외팔로 길모퉁이에서 붕어빵을 굽는 여인이 있잖니 허연 뿌리 들어낸 비스듬히 누워있는 나무가 땅 냄새 쪽으로 새로 실뿌리를 보내는 모습이 처절하다 가지 끝마다 고개 쳐들고 새파란 이파리 팔랑거리는데 햇살이 지긋이 눌려주고 있잖니 몸은 부실해졌어도 삶은 쓰러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실가지 끝마다 맺힌 눈초리에서 읽어냈다 힘내야 한다 나를 버리지 말라는 외침이 쓰러진 아카시아 나무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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