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의 한철
호 당 2009.10.15
가을을 실은 바람이
이곳에서는
쓸쓸한 바람만 불고
그 바람 안고 메뚜기는
낯선 시간 속에
다가올 조락凋落의 허무를
삭이고 있다
펄쩍펄쩍 뛰고 싶은
메뚜기의 한 철인데
시큰거리는 다리로
벼 포기 주위를 맴돌고 있을 때
낯 붉은 메뚜기든
메말라 허우적거리는 메뚜기든
검은 손길에 벗어나지 못해
유리병 속에서
전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검은 손에 실은 찬바람이
내 앞으로 불지 않을까
얼른 자라를 옮겼으나
거기도
무료한 시간에 허옇게 시든
메뚜기만 우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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