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노랑머리 콩나물

인보 2009. 10. 24. 07:36
      
      노랑머리 콩나물
      호 당   2009.10.23
      처음 우리는 메마른 몸으로 
      인사 나누어도 정으로 통했지
      그때 
      우리는 깨끗이 목욕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반겨 
      한 시루에서 희망을 키웠지
      포대기에 쌓인 아기처럼 대접받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지요 
      장차 큰 꿈을 키울 희망에 젖을 때 
      수정보다 더 깨끗한 
      물세례를 받고
      뽀얀 살갗을 비비며 
      한 시루 가득 커왔지요
      작두 날 같은 추위도
      수캐 혀뿌리 내밀고 헐떡이는 더위도  
      그보다 더한 시련 겪는 일 없이 
      공주 대접을 받고 자랐거든요
      이웃끼리 몸을 비벼도 
      서로 부둥켜안아도  
      순결을 잃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노랑머리로 
      새하얀 맨몸으로 있어도 
      부끄럼 같은 것은 없었거든요
      목 타는 그리움이라면 
      정화수 당신이 달래주었지요
      얼굴 상하게 하는
      눈부신 햇살이라든가 
      지나친 갈증은 없었으므로 
      곱게 자란 숫처녀와 같거든요
      어디 곁뿌리 같은 
      군더더기 있기나 하나요
      내 몸 우려내면 속시원히 달래줄 
      국물 한 점으로 희망을 이루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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