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머리 콩나물
호 당 2009.10.23
처음 우리는 메마른 몸으로
인사 나누어도 정으로 통했지
그때
우리는 깨끗이 목욕하고
산뜻한 마음으로 반겨
한 시루에서 희망을 키웠지
포대기에 쌓인 아기처럼 대접받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지요
장차 큰 꿈을 키울 희망에 젖을 때
수정보다 더 깨끗한
물세례를 받고
뽀얀 살갗을 비비며
한 시루 가득 커왔지요
작두 날 같은 추위도
수캐 혀뿌리 내밀고 헐떡이는 더위도
그보다 더한 시련 겪는 일 없이
공주 대접을 받고 자랐거든요
이웃끼리 몸을 비벼도
서로 부둥켜안아도
순결을 잃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노랑머리로
새하얀 맨몸으로 있어도
부끄럼 같은 것은 없었거든요
목 타는 그리움이라면
정화수 당신이 달래주었지요
얼굴 상하게 하는
눈부신 햇살이라든가
지나친 갈증은 없었으므로
곱게 자란 숫처녀와 같거든요
어디 곁뿌리 같은
군더더기 있기나 하나요
내 몸 우려내면 속시원히 달래줄
국물 한 점으로 희망을 이루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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