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맞다
호 당 2010.8.10
싱그러운 이른 아침
느티나무 가로수 밑을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
맑은 하늘이 갑자기 마음 바꿔
먹구름 불러 모아
사정없이 소낙비를 쏟는다
아스팔트 위를 일제히
물 총탄의 탄흔이 틘다
종이상자가 일그러진다
나의 방어벽은 기능을 잃어
버렸다
거침없이 스며든다
마음마저 적신다
마지노선
인격까지 적시지는 못하지
비 맞은 수탉이 나래로
소낙비에 맞서지만
그도 나무 밑으로 기어든다
소낙비 세례를 받은 선비
일그러진 모습 보이지 않으려
갓끈을 졸라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