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빈 가슴

인보 2010. 8. 11. 14:57


빈 가슴
호 당  2010.8.11
내 가슴엔 동공이 숭숭 뚫렸다
큰 장마로 밑동이가 파 해쳐져
뿌리만 드러난 한 그루의 나무
산사태로 큰 동공을 만든 것이다
이 동공을 무엇으로 채울까
누군가  
흙으로 메워준다면 
허전한 가슴 채워
맘껏 뿌리 뻗을 텐데
허우대는 멀쩡한 나무 
빈 가슴 움켜잡고 
오래 묵은 생의
뿌리 뻗고 싶어한다
누구도 
자기 쪽으로 
허락지 않는구나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내 밑뿌리를 
뻗으려 하지 말고
가진 뿌리나 잘 지켜
욕심 없이 마음 비우고
생을 누려가야지.

'자작글-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옥산 그늘  (0) 2010.08.14
면접  (0) 2010.08.12
소낙비 맞다  (0) 2010.08.10
소녀시대  (0) 2010.08.09
도시철도 3호선  (0) 201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