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슴
호 당 2010.8.11
내 가슴엔 동공이 숭숭 뚫렸다
큰 장마로 밑동이가 파 해쳐져
뿌리만 드러난 한 그루의 나무
산사태로 큰 동공을 만든 것이다
이 동공을 무엇으로 채울까
누군가
흙으로 메워준다면
허전한 가슴 채워
맘껏 뿌리 뻗을 텐데
허우대는 멀쩡한 나무
빈 가슴 움켜잡고
오래 묵은 생의
뿌리 뻗고 싶어한다
누구도
자기 쪽으로
허락지 않는구나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내 밑뿌리를
뻗으려 하지 말고
가진 뿌리나 잘 지켜
욕심 없이 마음 비우고
생을 누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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