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자연장

인보 2010. 11. 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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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장 自然葬 호 당 2010.11.6 나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 와글거리던 말 속에서 말, 말을 낳고 말의 씨앗을 뿌리고 말이 늙어버렸다 말이 멈추고 피톨의 행진을 정지하고 약탈과 착취로 지탱한 고깃덩이는 응고하고 출입문을 잠근다 말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마지막 한 벌의 수의와 목곽이 움켜잡을 내 몫이다. 덤으로 한 줌의 바람이 스며들어도 그만일 뿐 말의 무리 속에 남길 거랑 또 무엇이 있겠나 굳어버린 언어 한 가닥이 말 속에 잠시 퍼뜨릴 무거운 연기뿐, 준비는 됐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 놓고 활활 피는 불꽃 속으로 미끄러져 들면 싸늘한 말 하나는 한순간 잿더미로 바뀐다 한 뼘의 넓이와 대여섯 뼘의 깊이는 말의 세계에서 할애받을 몫이다. 하얀 보료 위에 뼛가루 담긴 옹기를 곱게 내려놓고 하얀 이불 위에 새 흙을 내려받고 잔디로 치장하면 흙으로 돌아가는 마무리 가난도 미련도 한도 싸움질도 없다 흙으로서 자연으로 돌아가서 말의 세계를 보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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