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각을 덧칠할 무딘 청각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영대 법대 교수 박홍규
호 당 2011.9.7
강의실 한 점을 차지했다
산울림같이 들린다
한 번 뱉은 말(소리)이 문종이에
퍼져버려 초점을 주워담을 수 없구나
귀 쫑긋
안테나를 새워도 잘 잡히지 않은 음파
낱낱이 흩어진 조각을 주워 모아
맞춰보아도 형상화할 수 없구나
내 집음기가 낡아서일까
왜 나는 웃지 않을까
거기
새파란 여인들이 귀를 날카롭게 세우고
유머 humor 일갈에 까르르 웃는
그들과 나는 그 강 江의 어귀까지
다다른 거리의 차이일까
다만
영상에 박힌 자막만은 거리가 같을 뿐이다
때로는
천둥소리에 놀라 한 음정 높였으나
곧 흐려지고 말았다
그래도
새파란 꽃대를 꼿꼿이 쳐들고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붙잡아 가슴에 담았을까
내 불확실한 시간을 이끈 것은
흐린 시각과 무딘 청각으로
흑백영화 시사회에 참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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