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1

도서관

인보 2011. 10. 31. 08:15

 

      도서관 호 당 2011.10.31 숨소리조차 숨겨야 할 문장의 숲에서 물씬 풍기는 다양한 냄새 그 속을 누비며 내게 필요한 참기름 같은 미각을 캐려 숨어든다 문장 덩이를 끌어안고 오감을 동원하여 누에 뽕잎 갉아 먹는 바스락 소리 따라 책장이 펄럭인다 그에 따라 미각의 핵심을 끌어들인다 수 만권의 문틀이 질서 있게 서서 교양인의 자세로 꼿꼿하다 어깨를 견주고 마주 서서 비좁게 맞닿아도 각기 갖는 진리의 미각은 뚜렷하다 빗장은 풀렸으니 누구나 대문 열고 들라 젊은 입술이 미각의 진수에 폭 잠기는가 하면 개중에는 문장을 끌어안고 깊은 수면에 잠긴다 진리의 미각 한 점 끌어내기는 고단하지 않을 수 없겠지 창문 밖 복도 자판기의 온도는 끓고 있어도 마주한 커피잔을 두고 머리를 식혀야 할 대화는 낮게 가라앉는다 정숙을 두른 문장의 밀림에서 피톤치드 PhytonCide처럼 내 머리를 맑게 적셔주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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