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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호 당 2011.10.31
숨소리조차 숨겨야 할 문장의 숲에서
물씬 풍기는 다양한 냄새
그 속을 누비며 내게 필요한 참기름 같은
미각을 캐려 숨어든다
문장 덩이를 끌어안고 오감을 동원하여
누에 뽕잎 갉아 먹는 바스락 소리 따라
책장이 펄럭인다
그에 따라 미각의 핵심을 끌어들인다
수 만권의 문틀이 질서 있게 서서
교양인의 자세로 꼿꼿하다
어깨를 견주고 마주 서서 비좁게 맞닿아도
각기 갖는 진리의 미각은 뚜렷하다
빗장은 풀렸으니 누구나 대문 열고 들라
젊은 입술이 미각의 진수에 폭 잠기는가 하면
개중에는 문장을 끌어안고 깊은 수면에 잠긴다
진리의 미각 한 점 끌어내기는
고단하지 않을 수 없겠지
창문 밖 복도 자판기의 온도는 끓고 있어도
마주한 커피잔을 두고 머리를 식혀야 할
대화는 낮게 가라앉는다
정숙을 두른 문장의 밀림에서 피톤치드
PhytonCide처럼 내 머리를
맑게 적셔주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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