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청기를 낀 사람
호 당 2012.8.3
그의 귓구멍으로 수없이 들락거리는 쥐새끼들의 무리가
소릿결을 업고 귓구멍을 헤치고 들어와서는 벽면을 갉아댄다
그럴 때면
그는 환한 얼굴로 왕복 통행을 잇는 소리 다리를 놓는다
귓구멍 안쪽에다 아주 보금자리 깔고 들락거릴 때는 행복했었다
귀청에 꽃자리 깔고 웃음꽃 피웠다
세월의 무게를 잔뜩 지고 휘청거릴 때다
웬일일까
귓구멍으로 쥐새끼들이 드나드는 것 같은데
그리고는 벽을 갉는 것 같은데
희미한 산울림이다
봄날이 와도 꽃피우지 않는 귀청의 뜰은 하얗게 말라버린
목련 꽃망울만 쌓였다
일방통행만 하는 다리를 건넌 입술이 고음 高音 벽을 기어오른다
밤인지 낮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흐릿한 시간만 보냈다
친구의 소개로 귀청의 뜰에 보조 쥐새끼를 들여놓았다
벽을 긁어도 시원치 않아 소음이 되어 와글와글 소리뿐
멍하게 상대방 입만 바라보다가 버럭 화내기도 했다
눈뜨고도 소리결의 맛을 몰라 침묵의 시간이 길다
하도 답답해 꽃나무에 닿소리 홀소리를 달았더니
소음보다 맑은 한글 보청기가 되어 맑은 시간이 출렁거렸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