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에서
호 당 2012.8.7
고통에 휩싸인 살 뭉치는 어제까지만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었고
그 자리엔 어둠이 내려앉았다가 밀치고
밝음의 눈동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픔이란 촌수의 원근과는 아무 관계 없어
다만 산 나무에 검은 잔뿌리에 달린
혹 같은 수효일 걸
녹슨 이빨에서 튀어나온 심음도
죽어 사라지고 신발이란 장신구만
버스 떠나고 멍하니 바라볼 뿐
차디찬 목관에 동전 몇 닢만 허락할 뿐
시체는 다음 경계를 기다린다
흐느낌과 애곡 哀哭을 두르고 밀어 넣는다
덜컹
쇠문이 잠기자 화염에 녹아내린다
어제까지만 맑은 바람이 쓰다듬었지만
지금은 소용없는 일
심술궂은 바람아 잿가루 날리지 말라
양지바른 소나무와 함께한다
경계를 넘고 넘어 흙으로 돌아간다
슬픔은 산자의 몫이지만
그것도 오늘만 허락한다
찬란한 명암이 번갈아 찾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