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화장장에서

인보 2012. 8. 7. 17:10
      화장장에서 호 당 2012.8.7 고통에 휩싸인 살 뭉치는 어제까지만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었고 그 자리엔 어둠이 내려앉았다가 밀치고 밝음의 눈동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픔이란 촌수의 원근과는 아무 관계 없어 다만 산 나무에 검은 잔뿌리에 달린 혹 같은 수효일 걸 녹슨 이빨에서 튀어나온 심음도 죽어 사라지고 신발이란 장신구만 버스 떠나고 멍하니 바라볼 뿐 차디찬 목관에 동전 몇 닢만 허락할 뿐 시체는 다음 경계를 기다린다 흐느낌과 애곡 哀哭을 두르고 밀어 넣는다 덜컹 쇠문이 잠기자 화염에 녹아내린다 어제까지만 맑은 바람이 쓰다듬었지만 지금은 소용없는 일 심술궂은 바람아 잿가루 날리지 말라 양지바른 소나무와 함께한다 경계를 넘고 넘어 흙으로 돌아간다 슬픔은 산자의 몫이지만 그것도 오늘만 허락한다 찬란한 명암이 번갈아 찾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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