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정돈하기

인보 2012. 8. 21. 15:47

 


정돈하기  
호 당 2012.8.21
헝클어놓은 실타래를 
실마리 찾는 것이 아니다
낙엽이 깔린 바닥을 색깔로 
모양으로 구분할 줄 알고 
골라 정렬하면 될 것인데 
뉘엿거리는 나이에 버거운 
부탁을 했는가
풀풀 뱉어놓은 말의 조각들을 
퍼즐 판에 요리조리 맞추고
얼굴에 있을 것, 
몸통에 있을 것을 골라 
풀어놓은 말을 줄줄이 
이어가면 될 것을 
물고기 떼를 보고 
정렬하라는 우둔한 말 같다
함부로 뒤섞은 화투장을 
같은 무리끼리 정돈은 
할 것 같은데
낙엽 속에 숨은 밤알을 찾아 
큰 것부터 늘어놓는 것은 
될성싶은데 흩어놓은 낱말을 
실타래에 꿰어 말의 밧줄로 
꼬는 것은 시곗바늘을 
붙들어 멈추게 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어둡기 전에 내 설교가 촉광이 
낮은 것 같아 촉수를 올려 
언어의 조각을 낚아 정돈하여 
더 밝은 바다를 헤엄치도록 하겠다.
 

'자작글-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에 시달린 여름  (0) 2012.08.22
문자를 낚는 법  (0) 2012.08.22
언덕 위의 집  (0) 2012.08.20
호박벌은 혼자 난다  (0) 2012.08.19
눈썹  (0) 201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