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문자를 낚는 법

인보 2012. 8. 22. 15:00

문자를 낚는 법 호 당 2012.8.22 어둑어둑한 나이에 문자를 품지 못해 밝은 시내를 거닐면서도 항상 아킬레스 achilles 건이 밟힐까 봐 마음 졸였다 내뱉는 말의 알갱이 중 말랑말랑한 것은 쉽게 끌어들이지만 딱딱한 것 덩치 큰 것은 끌어들이나 마나 하다 이런 이들만 모아 문자의 바다에 ‘ㄱ’자 낚는 법을 가르쳤다 어느 정도면 낚시법을 알아 많이 낚을 것 같은데, 오늘 심연의 바다에 낱말 조각을 띄우고 낚싯대를 잡아주었다 둥둥 떠다니는 낱말조각을 낚아 현수막에 자막으로 늘어놓지 못해 허둥지둥한다 문자의 부침개를 한 접시를 입에 갖다 주기보다 낚시법을 배워 버젓이 현수막에 걸어 놓아야지 낚싯바늘 주위에 문자의 물고기가 모여든다 그에 걸맞은 발음으로 소리 질러 낚아챘다 옳지 그 쾌감으로 많이 낚을 거야 부디 그대 앞길에 말과 글이 엉켜 만년필 심지에 잉크 나오듯 슬슬 그려지도록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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