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을 맛있게 요리하다
호 당 2012.9.5
늙은 기계라고 버리지 말고 조이고 닦고 기름칠하면
거뜬히 쓸 수 있을 텐데 누가 만들어 주기 전에
스스로 하기로 몇몇이 뜻을 모았다
지난 적의 화려한 냄새가 폭 밴 냄비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그저 평범한 냄비가 되어 어울려
큰 냄비를 만들었다
여기에 일품요리를 만들어 노년을 맛있게 보내려 한다
먼저 각기 갖는, 가령 별을 주무르는 재주 뭉치라든가,
손아귀에서 태어나는 달걀이라든가, 입으로 꾀꼬리를
풀풀 날린다든가 하는, 이런 것들을 냄비에 넣는다
적당히 물을 붓고 중불로 데워 한 참 끓여 오르면
툭툭 불거지는 알갱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일품요리에는 이런 것이 흠이 된다
잘 버무려 정성껏 만든다
보기 좋은 떡이 즐겁게 맛있게 드셔야 할 텐데,
적당한 양념으로는 양보와 배려에 사랑의 단물로
어우르고
그렇게 조리해도 불거진 알갱이는 국자로 건져 잠시
서늘하게 식히고 다독여 다시 넣어 끓이면 녹아들어
맛있는 일품요리가 된다
간혹 모르게 깔려 들어간 재료가 있다면 걸러내야지
가령 사행의 화투장이랑, 복권이랑, 알코올 방울 같은 것,
맛있는 요리는 대회에 선보인다든가 노인정 요양원에
대접하고 같이 즐깁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늙음을 맛있게 좀 더 젊게
일품요리로 즐기며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