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밤나무 그루터기
호 당 20120.9.18
늙으면 한계에 이른다
논밭에 그늘만 드리우는 밤나무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싹둑
잘라 버렸다
그간 살아온 내력은 밑동에 있다
수많은 나이테는 마치 음반 같다
회전판에 돌리면 생의 역사가
5, 6대조로부터 흘러 내어 뱉는다
생의 근원은 밑뿌리
뿌리 없는 생이 있는가
뿌리로부터 면면히 이어 온
생이 위로부터 전령이 오기만
기다린다
평생을 하늘 향해 생명을
쏘아 올리고 외쳤는데
널따란 반석에 나이테는
생의 집약이 그려있다
세월은 그냥 두고 보질 않는다
그루터기는 각질을 굳혀 최대의
발산을 막지만 빠르게 진행하는
죽음의 변질
그것은 초기 단계
더 진행하면 균열과 부식으로
생의 내력은 뿌리 쪽으로
내려보내다가 말년에는 집약하여
응고한 사리로 남는다
나이테도 육질도 부패하고
영생할 사리만 움켜쥐어야
될 날이 곧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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