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인보 2012. 10. 12. 09:54
 

삽 호 당 2012.10.11 군대 식당에서 삽으로 밥을 뒤집고 삽으로 푸고 그때는 옛일이지 한 삽 푹 떠주는 넉넉한 인심이었다 삽날이 번득이고 금속성의 울림이 어쩌면 칼날같이 날카롭다가 넓적한 가슴으로 포용하는 후한 마나님 같다 산 아래 메마른 가슴을 힘껏 삽으로 일구어 봐라 검붉은 흙이 숨 한 번 크게 내쉬며 가슴 편다 깊게 더 깊게 한 삽 떠봐라 메마른 인정을 갈아엎고 포근한 속살 내보인다 막혔던 숨통이 확 틔워 나온다 가두었던 물꼬를 한 삽 푹 떠봐라 단번에 큰 숨 쉬고 흘러간다 아니 한 삽 푹 떠서 물꼬를 막고 다독여 봐라 얌전히 고여 있다 한 삽의 넉넉함이 포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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