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
호 당 2012.10.11
저녁 햇살의 기운은 이미 기운다
대낮이야 얼마나 기세등등했었나
너는 지는구나
벌겋게 이글거리는 연탄을 다
되먹었다고 밭에 내다 버렸다
누구에게 버림당하면 다시 뻗을
힘을 잃는다
붉은 연탄 위로 눈발이 덮는다
피식 피식 거친 숨을 내 뿜는다
허연 김을 내뱉으며 죽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들판을 물론 내 가슴 위로 흰 눈
쌓이면 일어날 힘 잃고 싸늘해진다
조금만 기다려라
봄이 되면 새로운 힘으로 밭을
살찌우고 거름이 되리라
우리에게는 꽃 같은 시절이 왔다
가고 나면 저렇게 바스락 소리
한 마디로 부서져 버리는 연탄재가
된다
그리고 흙을 살찌우는 거름이 된다
바둥거리는 삶이 연탄불과 다르랴
지는 해는 잠시 내 몸 감추지만
내일이면 다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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