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곁가지
호 당 2012.10.14
신혼 출발은 곁가지에서 원줄기에
눈치 보며 매달려야 했다
밤낮을 구별 못 하는 갓 난 울음이
원줄기의 안면을 위협받는다고 불평하는
이파리에 서릿발이 하얗게 매달렸다
싸늘한 파도가 내 뱃전을 때린다
두 송이 어린 입에서 배고픈 물방울만
뽀글거리고 아쉬운 것 많은 살림에 젖까지
모자라서 젖멍울만 문지른다
까만 밤을 눈치를 삭이는데 가슴
졸이어야 할 시간이 길기만 하다.
수도 전기요금이 과하게 부과되면
넘친 만큼 더 곁가지에 걸어두려는
속주머니에 흐릿한 구정물이 내다보인다
한창 푸름을 색칠해야 할 들판보다
곁가지가 더 진하게 색칠하게 된다
졸라매고
잠시 가파른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뭐
푸름을 피우는 꽃나무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더 향기 짙은 꽃을 피울 수 있단다
질긴 곁가지를 짊어지고 20킬로를
걷는 동안 다섯 입 줄기는 8전 9기 만에
회생이 금자탑을 쌓은 듯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
훌쩍 자란 분신의 교육비가 매운바람보다
더 몰아 불어 원뿌리가 흔들려 흐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