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사진관
호 당 2012.10.17
가을 구름이 시름시름 하다가 외로움을
참지 못해 눈물방울을 뚝뚝 흘린다
풀칠하기 쉬운 일 아니다
오늘도 좌판을 펼치려니 눈물받이가 없어
어떻게 하지
사진관 앞 도로 가로수인 벚나무도 음침한
하루를 적시고 가을 잎은 떨고 있었다
그다지 딱 쓸 곳도 없지만, 갑자기 쓸 일이
나설까 봐 증명사진을 찍어두려 2층
사진관으로 올랐다
어두컴컴한 굴속 같은 곳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박혀 흘러내린다
갑자기 밝아진 사진관, 어서 오십시오,
어떤 사진을 촬영하실래요
금방 밝아지는 공간에 주인도 입꼬리를
치켜 새우고 신이 난듯하다
의자에 앉은 내 포즈는 ‘녹비에 가로 왈짜’
가 되어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허리를 폈다
굽혔다 표정관리가 날씨처럼 변덕스러우니
사진사는 교정해주면서 됐어요,
좋아, 그 포즈대로 찍어요, 찰칵,
섬광 한방으로 끝맺는다
밖을 나오니 어두침침한 벚나무는
음침하고 촉촉한 시간을 잇고 있었다
그 사람은 우산을 박고 그 넓이만큼 펼쳐놓고
오돌오돌 떨고있다
가을비가 하루살이에 가혹한 장막인가 보인다
세상살이가 번쩍하는 섬광 한방으로 쉽게
끝날 일이 이것밖에 없을까.
세상살이가 번쩍하는 섬광 한방으로 쉽게
끝날 일이 이것밖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