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폐허의 들판

인보 2012. 10. 19. 12:39

 

      폐허의 들판 호 당 2012.10.19 푸른 잎사귀 시절은 바람 안고 흔들어도 즐겁기만 했다 찌그러지고 골 파인 세월만 짊어진 이들은 진드기같이 지낸 이들이다 그래도 없어서는 안 되고 있어도 그만인 것들이 하나 둘 잡풀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구나 나도 잡풀 속에 같이 뒹굴고 너털웃음이나 보내야 숨겨 줄 것 같지만 좀처럼 내 체위는 바꾸기는 싫다 남아있는 푸른 잎사귀만 붙들고 서리 맞지 않기를 긍긍하는 것은 폐허의 들판 때문이다 이 들판에 푸르고 넓은 잎사귀를 펼치려 자맥질하는 오리같이 연못을 휘저어 나가면 무엇인가 움켜잡을 것이다 푸른 들판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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