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들판
호 당 2012.10.19
푸른 잎사귀 시절은 바람 안고
흔들어도 즐겁기만 했다
찌그러지고 골 파인 세월만
짊어진 이들은 진드기같이
지낸 이들이다
그래도 없어서는 안 되고
있어도 그만인 것들이
하나 둘 잡풀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구나
나도 잡풀 속에 같이 뒹굴고
너털웃음이나 보내야 숨겨
줄 것 같지만
좀처럼 내 체위는 바꾸기는
싫다
남아있는 푸른 잎사귀만 붙들고
서리 맞지 않기를 긍긍하는 것은
폐허의 들판 때문이다
이 들판에 푸르고 넓은
잎사귀를 펼치려 자맥질하는
오리같이 연못을 휘저어 나가면
무엇인가 움켜잡을 것이다
푸른 들판을 꿈꾸며.
|